좋은 경제학 입문서

Posted by on Jan 24, 2014 | No Comments
좋은 경제학 입문서

토드 부크홀츠(Todd G. Buchholz)가 쓴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읽으면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기본 이론과 용어를 배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 분업(division of labor), 절대우위(absolute advantage), 비교우위론(Law of Comparative Advantage), 기회비용(opportunity cost), 경제학적 지대(economic rent), 명목임금(nominal wage)과 실질임금(real wage), 세이의 법칙(Say’s Law), 유물사관(materialistische Geschichtsauffassung: historical materialism), 잉여가치(surplus value), 착취율(ration of exploitation), 노동가치설(labor theory of value), 수확체감의 법칙(law of diminishing returns), 한계효용(marginal utility), 수요의 법칙(law of demand), 한계수확(marginal return), 탄력성(elasticity), 명목이자율(nomial interest rate), 실질이자율(real interest rate), 제도학파(制度學派, institutionalist), 한계소비성향(marginal propensity to consume, MPC), 한계저축성향(marginal propensity to save, MPS), 승수이론(乘數理論, theory of multiplier), 현시적 여가(conspicuous leisure), 현시적 소비(conspicuous consumption), 구축효과(crowding out), 합리적 무시(rational ignorance), 합리적 기대(rational expectations), 효율적 시장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

얼핏 보기만 해도 현기증이 일어나는 이런 용어를 부크홀츠는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어떻게? 유머와 일상적인 사례와 경제학자에 관한 일화 등을 통해서 말입니다. 어려운 것을 쉽게 요리해 제공하는 것, 이것이 이 책이 독자들에게 주는 첫 번째 가치입니다.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에는 애덤 스미스(Adam Smith), 맬서스(Thomas Robert Malthus), 데이비드 리카도(David Ricardo),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앨프레드 마셜(Alfred Marshall), 존 메이나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 등 경제학을 주름잡았던 경제학자들이 등장합니다. 이 책은 이들 경제학자들의 핵심적인 이론과 주장, 개인적인 성향과 당시의 시대 상황, 그리고 그들의 말과 행동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경제 이론보다 경제학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접근 방식입니다. 독자는 여러 경제학자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한두 명의 경제학자를 선택하여 보다 깊이 공부해볼 수도 있습니다. 부크홀츠는 책의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책은 역사상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일생과 그들의 아이디어들을 통해 현대 경제 원리들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오늘날 우리들이 겪는 경제문제 역시 애덤 스미스 이래 그의 후예들이 겪어야 했던 문제들과 무관하지 않기에 그들의 말들은 설득력 있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들의 이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다룬 많은 여담들을 독자들은 재미있고도 유용하게 느꼈으면 한다.”

이 책은 독자가 경제학자를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용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주고 싶었던 것을 독자들은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의 두 번째 가치입니다.

내게 가장 인상적인 경제학자는 앨프레드 마셜입니다. 그는 이론과 현실의 조화, 제자 양성, 지속적인 개선의 중요성 등을 강조했습니다. 위대한 경제학자들은 ‘완벽함’을 추구했지만 누구도 그것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마셜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그러나 그의 노력과 그가 이뤄낸 성과는 완벽함을 향한 큰 한 걸음이었다고 평가할 만합니다. 훌륭한 후진을 양성하고 경제학 이론에 현실이 반영되도록 애썼으니까요.

부크홀츠는 “이 책은 근대 경제학의 주류를 살펴보고 과연 누가 예리한 통찰력을 발휘하여 이렇게 영속하는 경제학의 모형들을 만들어 냈는가하는 물음을 던짐으로써 그 경제학자들의 지혜를 좇고자 한다”고 말합니다. 그의 의도는 ‘대체로’ 충실히 지켜졌습니다.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읽다보면 경제학자들의 번뜩이는 통찰과 함께 저자의 촌철살인 같은 문장을 맛볼 수 있습니다.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가 독자에게 주는 세 번째 가치입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아래 문장에서 화자가 따로 없는 것은 부크홀츠의 말입니다.

“우리가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이나 양조장 주인, 빵 제조업자들의 박애심 덕분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돈벌이에 대한 관심 덕분이다.” – 애덤 스미스

“지구가 중력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듯이 인류는 고통과 쾌락이라는 두 지배자에게 묶여 있다.” – 제레미 벤덤

“물질적 생활능력은 사회적, 정치적, 지적 생활형태를 좌우한다. 의식이 생활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이 의식을 결정하는 것이다.” – 카를 마르크스

마르크스는 생전에 자신의 지지자들이 자신의 이론을 찬양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단을 세우고 성례의식까지 거행하는 것을 보았다. 무정부주의자였던 프루동(P. J Proudhon)은 마르크스에게 과학이론의 교리화(敎理化)를 다음처럼 경고했다.

“사회의 모든 독단(獨斷, dogmatism)을 제거한 후 우리들 자신의 독단을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어리석음만은 제발 범하지 말자. 온당하고도 진지한 토론의 기회를 마련하자…… 단지 우리가 이 운동을 주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새로운 종류의 편협까지 주도한다거나 이 신종교(新宗敎)의 사도(使徒)로 군림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 설령 그것이 논리와 이성의 종료라 할지라도.” – 프루동(P. J Proudhon), 마르크스에게 과학이론의 교리화를 경고하며 한 말

“빈자가 부유해질 때만 부자는 부유해져야 한다.” – 존 롤

“특수 이익집단으로 가득 찬 사회란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는 레슬링 선수들로 가득 찬 유리 그릇 상점과도 같다. 가져가는 것보다 깨어지는 것이 훨씬 많다.” – 맨커 올슨(M. Olson)

“미래는 현재가 되고 현재는 과거가 되고 과거는 영원한 악몽이 돼. 지금 준비를 해 두지 않으면 말이야.” – 테네시 윌리엄스(T. Williams)

“비관주의를 집어넣으면 비관주의가 튀어 나온다(Pessimism In, Pessimism Out).”

“귀납법이란 구체적 관찰이나 경험을 토대로 예측을 시도하여 보편적 결론에 도달하는 방법이기에 연역법보다 덜 정확할 수밖에 없었다. (…)

그러나 귀납법이 덜 정확하다고 해서 연역법보다 열등한 것은 절대 아니다. 연역법의 적용이 가능한 대상과 그렇지 못한 대상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과학의 연구 대상은 인간이다. 인간은 변덕스러운 동물이다. 인간의 행동에서 일관된 법칙이나 진리를 찾기는 어렵다. 연역법은 시체의 행동을 예측하기에나 적합하리라.

(…) 두 도구는 서로를 보완할 수 있다. 앞에서 말했듯 연역법의 약점은 사회과학에 적용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

한편 귀납법의 약점은 관찰이나 경험적 사실 이상의 정보가 결론에 포함되기에 그 결론이 부정확할 수 밖에 없다는 데에 있다. 따라서 귀납법을 쓰는 경험론자들의 주장에 논리적 오류가 있는지 점검하려면 연역 이론가들이 필요하다.”

“종교인들은 땅 위에서의 삶을 끝내는 날 낙원을 맞이한다. 낙관론자들은 내일이 낙원이다. 비관론자들은 어제가 낙원이었다.”

“만약 현재 세상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다음에 도래할 세상은 현재 세상과는 완전히 절연된 새로운 시작이라 한다면, 일부 사람들은 약속을 저버리고 타인들을 이용하려 들 것이다. 건강한 시장경제란 약속의 신성함과 타인에 대한 존중의 기반 위에서만 자라날 수 있다. 미래를 내다보지 않는 사회는 경제적 붕괴를 자초하게 된다.”

“실제 세상에 적용되지 못하는 우아한 경제이론은 한 편의 감동소설에 불과하다.”

경제학의 모든 법칙에는 예외가 따른다. 그래서 재밌다. 경제는 정적이며 동적이다. 그래서 어렵다. 경제현상에 대한 그 법칙들의 설명은 ‘대체로’ 정확하다. 저자는 책의 종반부에서 이렇게 말한다.

“경제학은 정확한 법칙에 의해 지배되는 과학이 아니다. 차라리 일반적 성향이라 할 수 있을까. 모든 ‘법칙’에 예외가 따르는 학문이 바로 경제학이다. 생산량 증가는 대체로 가격하락을 초래한다. 베블런식의 현시적 소비형태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통화량 증가는 대체로 이자율을 낮춘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이자율을 끌어올리지만 않는다면. 주가는 대체로 미래의 현금유동(cash flow)에 대한 합리적 예측을 나타낸다. ‘동물적 활력(animal spirit)’이 투자가들을 공포에 빠뜨려 동요 시키지만 않는다면. 투자가들은 대체로 한계효용과 한계비용이 같아질 때까지 위험을 감수한다. 선견지명을 지녔다는 슘페터식 초능력 투자가들만 제외하고는.”

“신문이 전성기를 선언하는 법은 없다. 역사책만이 그럴 수 있을 뿐.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볼 때 1960년대 중반이야말로 경제의 전성기였다. 고도의 경제성장은 수년간 지속되었다. 케인스 이론은 만능인 듯했다. 그러나 당시의 신문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절망과 불안한 경제전망이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좋은 시절은 당연히 오는 것이기에 음미하려 들지 않았다. 경기침체가 와야 언론은 떠들썩하고 오지 말아야 할 것이 온 것처럼 난리법석을 피운다.”

경제학의 모든 법칙에는 예외가 따릅니다. 또 경제는 정적인 동시에 동적입니다. 그래서 흥미롭고 어렵습니다. 경제현상에 대한 법칙들의 설명은 ‘대체로’ 정확합니다. 부크홀츠는 책의 종반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경제학은 정확한 법칙에 의해 지배되는 과학이 아니다. 차라리 일반적 성향이라 할 수 있을까. 모든 ‘법칙’에 예외가 따르는 학문이 바로 경제학이다. 생산량 증가는 대체로 가격하락을 초래한다. 베블런식의 현시적 소비형태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통화량 증가는 대체로 이자율을 낮춘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이자율을 끌어올리지만 않는다면. 주가는 대체로 미래의 현금유동(cash flow)에 대한 합리적 예측을 나타낸다. ‘동물적 활력(animal spirit)’이 투자가들을 공포에 빠뜨려 동요 시키지만 않는다면. 투자가들은 대체로 한계효용과 한계비용이 같아질 때까지 위험을 감수한다. 선견지명을 지녔다는 슘페터식 초능력 투자가들만 제외하고는.”

모든 경제 법칙에는 예외가 있다는 점은, 경제학을 다룬 이 이 책에도 적용됩니다.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 있는 아이디어>는 풍성하고 보기 좋은 정원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잡초 없는 정원은 없습니다. 부크홀츠가 애써 가꾼 정원에도 잡초가 있습니다.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 있는 아이디어>는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기술된 경제서입니다. 더욱이 미국과 영국의 경제학자들을 중심으로 논의를 펼쳐 나가고 있습니다. 이 책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경제에 대한 사고가 편협해질 수 있습니다. 주의해야 할 점입니다. 또한 저자가 명백히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미국의 이해관계에 기초한 이론으로 미국의 경제 논리를 합리화하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특히 자유무역에 대한 주장이 그렇습니다. 힘이 강한 한 나라가 자기 입맛대로 주도하는 자유무역의 폐해와 신자유주의의 야만성에 대한 성찰이 빈약합니다. 부크홀츠의 책은 경제학에 관한 좋은 입문서입니다만 균형 잡힌 사고를 위해서는 이 책 외에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책들도 함께 읽는 게 좋습니다.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에 있는 잡초에 초점을 둘 것인지 아니면 정원에 초점을 둘 것인지는 읽는 사람에게 달려 있습니다. 나는 후자 쪽입니다.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2002년 여름입니다. 초독의 느낌을 나는 이렇게 적어두었습니다.

“누군가 내게 ‘경제학과 관련해서 이제껏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바로 이 책!’”

그 정도로 이 책을 재밌게 읽었습니다. 대학시절 경제학원론에서 겨우 B+을 받았던 나입니다. 그런 내가 경제학 책을 완독하고, 재밌게 읽었으니 얼마나 흐뭇했을까요. 이 책은 내게 그런 흐뭇함과 유쾌함을 안겨준 책입니다. 부크홀츠는 독자들에게 열심히 배우고 노력한 ‘경제학자들에게 약간의 박수’를 쳐줘도 좋지 않겠냐고 묻습니다. 나는 책에 등장하는 경제학자보다 저자 토드 부크홀츠에게 기꺼이 박수를 보냅니다. 참고로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는 2009년 개정판이 나왔고,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해에 개정판의 번역본이 출간되었습니다.

- 어려운 내용을 명료하게 쓰고 싶은 데미안

Leave a Reply